요즘 가요시장의 트렌드를 단어로 표현하자면 단연 "아이돌" 이고, 또 이와 매우 직접적으로 연관된 단어가 있다면 "전자음" 이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란 것이 노래 자체보다 댄스 퍼포먼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전자음으로 도배된 천편일률적 댄스/힙팝곡들이 쏟아져 나왔고, 기계로 반주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트렌드라는 변명으로 부족한 가창력을 커버하기 위해 오토튠을 남발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물론 아이돌 그룹이란 이유로 그들의 음악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음악을 대하는 옳은 태도는 아니겠지만, 전자음에 지친 많은 리스너들이 손때 묻은 피아노나 통기타로 연주하는 정겹고 포근한 어쿠스틱의 감성에 목말라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할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All About Love]는, 차가운 전자음에 지친 귀를 포근하게 감싸줄 앨범으로 적격이다.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이 누구?

이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그는 CCM 아티스트로 음악을 시작했고, 또 CCM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견은 금물, 그는 오늘 소개할 [All About Love] 앨범을 비롯해 메인스트림에서도 다수의 팝음악 앨범을 내었고, 그로 인해 다섯 개의 그래미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관록 있는 뮤지션이니까. 그의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만의 담백한 감성을 듬뿍 담아낸 모던록과 포크음악으로 대표되는데, 재미있는 점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그의 음반을 듣고 감명을 받아 공개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신승훈의 음악이 그렇듯, 채프먼의 음악도 어쿠스틱 기타의 따스한 매력이 돋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

 

 

All About Love

채프먼이 2003년에 발매한 이 앨범은 타이틀 그대로 "사랑" 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걸었다. 세상을 향한 사랑, 이웃들간의 사랑, 가족들간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등, 곡 한 곡이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사랑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고, 그의 음악의 포근하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사랑이란 주제를 표현하기엔 적격이다. 특별히 부각된 메시지는 바로 "가족/부부간의 사랑" 인데, 그는 이 앨범에 가장 큰 영감이 되었던 사람으로 자신의 아내를 꼽기도 했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첫 곡인 "All About Love" 는 첫곡답게 앨범 전체의 테마를 정의해주는 곡으로, 정신없이 난무하는 전자음과 클럽비트가 없어도 충분히 경쾌한 음악을 만들어 낼 있다는 것을 보여주준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사랑" 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How Do I Love Her", "11-6-64" 등의 곡들은 모두 아내를 향한 사랑을 표현한 곡들인데, 그 중 돋보이는 곡은 세련된 멜로디의 모던락 넘버 "You've Got Me" 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곡들이 채프먼 자신의 아내에게 국한된 곡이라면, 이 곡은 사랑하고 있는 세상 모든 남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곡이다.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화날 때나, 언제나 네겐 내가 있어" 라고 고백하는 가사가 곡의 경쾌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Steven Curtis Chapman - We Will Dance

 

발라드에서 한층 빛나는 어쿠스틱 감성

하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감미로운 발라드에서 그 빛을 발하는 법.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앨범의 베스트 트랙을 꼽으라면 단연 "We Will Dance" 가 될 것이다. 맥스웰의 "Whenever Wherever Whatever" 와 에릭 베넷의 "Still With You", 두 명곡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으로,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스트링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위로 펼쳐지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의 향연을 듣고 있노라면, 말없이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신승훈이 2년 넘게 곡을 들으며 곡이 잘 안 써질 때마다 "나도 이런 발라드를 써야지" 라고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고 하는데, 들어보면 절대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알 수 있다.

 

채프먼의 명품 발라드 넘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지한 느낌의 "I'll Take Care of You" 를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러줄 만한 내용의 피아노 발라드인 "I Will Be Here",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대해 노래한 "Love Takes You In When Love Takes You In" 역시 감미로움과 아름다움의 끝을 달린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부르지는 않지만, 그의 발라드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신비한 무언가가 음악 저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꾸밈 없는 그 음악을 듣고 있는 나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 위의 파동처럼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국내에 찾아보기 쉬운 싼티나는 자가복제식 발라드에 지친 리스너들에게 채프먼의 고품격 발라드 넘버들이 신선한 자극이 될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다.

 

(마지막 팁 하나 - 싸이월드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가 함께 등록된 곡들도 많으니, 아름다운 가사에 감탄할 준비를 한 뒤, 가사를 잘 곱씹으면서 감상하기를 권한다.)

 

총평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자음들에 지친 당신의 귀, 쉴 곳이 필요한가? 필자가 "신승훈" 님과 함께 추천하는, 어쿠스틱의 감성을 한껏 머금은 이 앨범을 들어볼 것을 권한다. 한동안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은 둘째치고,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이란 화려함도, 트렌드도, 중독성도 아닌, 바로 "진실함" 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루브 충만, 감성 충만 흑인음악 블로그 Soulized

 

저를 비롯해 친한 싸이월드 탐음매니아 분들과 의기투합하여

(흑인)음악 팀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 블로그와 팀블로그 사이에 포스팅이 겹치는 문제라던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지만,

아무튼 열심히 만들어 나가 볼 생각입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방문해 주셔서 함께 교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http://soulized.tistory.com

 

한국의 모타운을 꿈꾼다, 디즈

R&B 음악이 국내에 들어와 대중성이 가미되면서 변형된 장르인 "한국형 R&B" 가 아닌, 본토 사운드에 가까운 진짜 R&B를 구사하는 국내 뮤지션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의 노출을 전혀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소수의 매니아들을 제외한 대중들에게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한 두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소신있는 R&B 뮤지션들이 나타났다 또 사라지는 가운데, 필자가 제발 이 한 장의 앨범을 끝으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뮤지션이 있으니, 바로 "한국의 모타운을 꿈꾼다" 디즈 다.

 

네오 소울과 트렌디 R&B의 만남

대형기획사에서 안정적인 음악활동의 기회를 거절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독립적으로 제작했다는 그의 데뷔 앨범 [Envy Me]는, R&B보다도 훨씬 찾아보기 힘들었던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네오 소울(Neo soul) 을 비롯해 감각적인 트렌디 R&B, 힙합과 하우스 음악까지, 다양한 종류의 흑인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첫 곡의 전주격이라 할 수 있는 인트로를 지나, 곡이자 앨범의 킬링트랙이라 할 수 있는 "나의 빛" 이 필자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통통 튀는 베이스와 EP 리듬 위에 미끄러지듯 늘어놓는 디즈의 기교가 일품이다.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네오 소울 뮤지션인 Rahsaan Patterson의 음악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상당히 퀄리티 높은 곡이다. 첫 곡이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면, 이어지는 "Devil's Candy" 는 중량감 있는 비트와 쫀득한 베이스가 무겁게 찍어 내리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있는 듯 없는 듯 깔리는 EP와 후렴구의 스트링 사운드가 가사에 어울리는 약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더불어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듯한 보컬의 조화까지 가세해, 이 초반부는 가히 엄청난 흡입력과 파괴력을 뿜어낸다.

 

 

Deez - 나의 빛

 


버벌진트가 참여한 "Go! (Feat. Verbal Jint)" 를 기점으로 후반부의 트랙은 트렌디 R&B, 하우스 등 초반부와는 상이한 곡들로 채워져 있는데, 필자의 취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초반부만큼의 완성도와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약간 느슨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라 생각되는 어쿠스틱 R&B 트랙인 "아니?"  경우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일지언정 초반만큼 눈에 띌만한 곡은 아니다. 후반부에서 눈에 띄는 곡은 마지막 트랙인 "One, Two, Three (Feat. Choice37)" .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R&B로, 굉장히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다.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후반부이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음악성과 대중성 사이를 넘나드는 디즈의 감각을 재확인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총평

초반부의 임팩트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생각만큼 후반부의 트랙들은 필자의 귀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신인 아닌 신인이 10년의 세월을 담아 내어 놓은 이 짧은 앨범 한 장은, 한국 R&B 씬에서는 "획기적" 이라 표현할 만 하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감각으로 세밀하게 조율한 앨범을 만들어 낸 디즈. 앨범 타이틀을 통해 당돌하게도 "나를 부러워하라!" 고 말하는 그의 외침이 공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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